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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 Life

#002: 해외 대학원 준비(2)

by __LuMi__ 2021. 1. 23.

### 이 글은 제가 2012년 미국 대학원 준비를 할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

지난 글에서는 해외 대학원 지원 시 필요한 서류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서류 이외에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적어보려고 합니다. 외국으로 대학원을 가고 싶은 이유는 저마다 다 다를 것이기 때문에 제가 고려한 것 이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본인에게 해당되는 것들이 더 있는지 다른 분들의 의견도 꼭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저는 크게 3가지를 고려했던 것 같습니다.

1. 학교 및 학과

당연히 가장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알아보고 준비한 부분입니다. 매우 구체적인 목표가 있으신 분이라면, 가령 "나는 xx학교 xx교수님 지도하에 공부를 하고 싶다."라고 계획하신 경우엔 크게 해당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냥 목표로 하는 학교와 교수님만 고려하면 되니깐요. 하지만, "나는 외국에서 좀 더 깊게 공부를 해보고 싶다. 학교 A, B, C,... 등이 좋다고 하는데..."라고 조금 막연하게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에게 이 과정은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미국의 경우 학교의 명성(name value)과 학과의 명성이 다른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아주 유명한 학교의 경우에는 전반적으로 모든 프로그램이 좋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의 경우 생각 없이 학교의 이름만 보고 지원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학교의 이름보다는 그 학과가 학교의 주력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게 중요합니다. 구글링 하면 어렵지 않게 대략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학교별(또는 학과별) 랭킹을 알아보는데 도움이 될만한 사이트 몇 개 아래에 링크로 남깁니다.

1. QS World University
2. Times Higher Education (THE)
3. U.S. News

저는 학과별 랭킹에 대해 많이 알아본 편이라서 U.S. News를 다른 두 개 보다 더 많이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교수님들의 추천을 받거나, 젊은 교수님들이 어느 학교에서 공부했는지를 비교해보아도 좋은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지원하고 싶은 분야의 학교들에 대한 검색이 끝나면, '그럼 난 몇 개나 지원을 할 것인가?'에 대해 결정을 해야 합니다. "지원할 수 있는 곳은 다 지원해!"라고들 조언을 많이 합니다만, 저는 정말 가고 싶은 학교 15~20 군데 정도만 지원해보라고 조언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외국에 좋은 학교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랭킹에 있는 학교들을 다 지원하기엔 시간적, 금전적 소모가 너무 큽니다. 각 학교별로 접수비, TOEFL, GRE 성적표 전송료, 그리고 우편으로 지원서를 보내야 할 경우 생기는 요금까지. 15곳만 지원해도 200만 원은 훌쩍 넘길 수 있습니다 (미국 주립대 경우 접수비가 매우 비쌌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내가 붙은 학교가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더 좋은 학교여야 합니다. 단순히 '유학을 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좋은 곳으로 유학을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학교와 학과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교수'에 대해서도 알아가게 됩니다. 같은 학과에 속해 있을지라도, 저마다 하는 연구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 연구실을 찾아야 합니다. 운이 좋아서 관심 있는 분야의 연구를 하는 교수가 있다면, 내가 지원하는 시점에서 그 연구실에서 신입생을 받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모든 연구실이 매년 신입생을 뽑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의 이공계 대학원 경우 보통 입학 후에 Lab rotation이라는 기간이 있는데, 이것은 관심 있는 연구실 몇 개를 정한 후에 특정 기간만큼(예를 들면 3달씩) 각 연구실에서 생활하면서 실제 연구실 생활이 본인과 맞는지 알아보는 기간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원자가 몰리는 연구실이 있을 수 있고, 경쟁이 없는 곳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실마다 몇 명을 뽑을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교수에게 직접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연락을 하는 것이 매우 어색하겠지만, 이러한 어색함을 극복하는 것이 대학원 생활의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원하는 곳에 마침 T.O. 가 있다면 운이 좋은 케이스입니다. 저 같은 경우 메일을 보냈을 때, 교수한테 "우리 연구실에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 일단 붙고 나서 얘기하자."라고 답장을 받았던 적도 있습니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일단 학교 차원에서 1차 스크리닝을 하고, 학과에 리스트를 넘기는 경우도 있고, 아얘 학과에서 1차 스크리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운이 좋아서 'admission committee'에 내가 타깃 한 교수님이 있거나 내 추천서를 써 주신 분을 아는 교수님이 있을 수 있지만 내 관심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교수님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SOP를 쓸 때 매우 구체적으로 쓰면 오히려 안 좋을 수 있다고 합니다.). 내가 어떻게 컨트롤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합격률을 높일 수 있게 열심히 준비를 할 뿐입니다. 

2. 지리적 위치

연구실의 생활이 중요하지만, 연구실 이외의 생활 역시 성공적인 대학원 생활에 필수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본인이 원하는 환경에 있는 학교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말 못 살 것 같은 곳만 제외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역별로 물가, 학비가 많이 다르니 그 점도 확인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New York, California (UCSF, UC Berkeley, UCLA, 등등) 같은 경우 생활비가 매우 비쌉니다. 살짝 과장하면, 서울 집값은 귀여울 정도로..) 

3. 인종 차별 여부

연구실을 알아볼 때 고려했던 사항이었습니다. '이 연구실엔 인종차별이 있는가?'를 알아보는 좋은 방법은, 그 연구실 구성원들을 보는 것입니다. 현재 및 기존 멤버들 중에 외국인 비율이 어떠했는지, First author로 외국인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실제로 외국에서 공부 중이신 분들과 학회에서 만나 얘기하다 보면 동양인을 단순 노동력으로 쓰는 경우가 종종 들려옵니다. 가고자 하는 연구실 교수님의 인종에 따라 랩 구성원 비율이 바뀌는 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 연구실이라도, 중국인 교수님 랩에는 중국인이 다수인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연구실뿐만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 자체도 인종차별이 있는 곳인지 확인하고 가야 그나마 덜 충격받습니다.

이상 제가 대학원 알아볼 때 고려했던 요소들과 이 요소들에 대한 제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이곳저곳 많이 지원했었고, 별로 생각 없이 지원한 곳도 있었습니다. 물론 합격을 해서 기분이 좋긴 하였지만, '이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더 나은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서 한국에 남기로 결정했습니다. 합격을 하나도 못 하면 물론 기분이 더럽습니다 (좋을 리 없죠ㅜ).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고 다 놓아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만일의 경우를 위해 한국 대학원도 지원을 했었고, 조금은 아쉬운 대로 일단 진학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학교로 (심지어 장학금도 받고!!) 간 친구들, 선배들도 있지만 그들이 다 행복하게 대학원 생활을 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교수님 네로 가서 교수님과 함께 성공한 친구도 있고, 안타깝게도 지금은 연락도 안 되는 친구도 있습니다. 우리가 커뮤니티에서 보는 성공담은 정말 극소수의 대단한 신 분들의 성공기입니다. 어디에 가서든 열심히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 시간은 좀 더 걸리겠지만 결국 좋은 곳을 향해 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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