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과학과 대학원 생이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작성한 글입니다. 감안하고 읽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전공을 바꿔서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좋은 대학원에 입학하였다. 그 순간에는 '과연 좋은 선택이었을까?'라는 생각은 많이 하지 않았고, 그저 합격했다는 사실이 좋았던 것 같다. 사실 이 부분이 대학원 시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아닌가 싶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인가?'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해야지 일단 대학원 생활에 큰 기복이 없는 것 같다.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학생들을 만났고, 내가 느낀 것은 '학업에 뜻이 없으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게 낫다.'이다. 대학원에서 내가 만난 유형을 크게 나눠보면,
1) 학부 과정에서 부족함을 느껴서 좀 더 전문성을 갖기 위해 & 더 좋은 곳에 취직하기 위해
2) 연구가 재미있어서
3) 군대 기피
4) 학벌 세탁
대략 이렇게 되는 것 같다. 1, 2번에 속하는 학생들은 내가 아는 한 대부분 성공적으로 대학원 생활을 마쳤거나 마무리하고 있다. 사정에 따라서 졸업이 1~2년 차이 나기도 하지만, 뚜렷한 목표가 있어서 졸업은 한다. 문제는 3, 4번에 속한 친구들이고, 그중에서도 3번은 정말 최악이다. 이 친구들은 3년만 채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연구도 열심히 안 하고 주변 분위기만 흐린다. 문제는, 이러한 학생들을 케어하기 위해 교수님 또는 주변 사람들의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이다. 정말 엄격한 교수님 말고는 상당수의 교수님들은 학생들을 잘 지도해서 졸업을 시키려고 하시는 것 같다 (물론 어디나 예외는 존재한다.). 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해를 끼치는, 다른 구성원들에게 있어서 진정 백해무익한 존재이다. 마지막 4번. 사실 이 그룹은 논란의 여지가 많을 수 있는데, 내 경험으로는 이 친구들은 취직에 한 번 실패해서 이력서에 뭔가를 더 채워 넣기 위해, 아니면 더 나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 같다. 나는 석박통합, 그러니깐 박사과정을 전제로 하는 프로그램이었고, 도중에 포기하고 석사 학위에서 멈추는 학생들을 보면 조금 공감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있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결혼이었다. 남자든 여자든 왜 연애할 때에는 다닐만하고, 결혼하면 다니기 어려운 것인가? 결혼해서 애 낳고 기르면서 다니는 분들도 있는데... 참으로 독특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도교수와의 사이가 안 좋거나, 연구실 구성원들 간의 사이가 안 좋아서 도중에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내가 원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부분이 훨씬 크기 때문에 다른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본인이 대학원을 가는 이유가 3, 4번에 가깝다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학원의 대부분이 선컨택/후입학 시스템이기 때문에, 입학하는 순간 연구실이 정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학과 내 연구실 로테이션 시스템이 있는 경우에는 연구실이 정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연구실이 내일 바로 정해지든, 3개월 후에 정해지든, 대학원 신입생이라면 '수업'을 들어야 한다. 대학원 졸업요건 중 필수조건인 '수업'. 보통 코스웍 (course work)이라고 많이 얘기하고, 연구가 바빠지기 전에 몰아서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전문 연구요원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연구요원 시작 전에 모든 코스웍을 마쳐야 하는데 연구실 생활을 하면서 수업들 다 듣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학과마다 채워야 하는 학점 수, 과목 등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학과 홈페이지 요강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 심지어 매년 규정이 바뀌는 경우도 존재한다. 나는 이미 군대를 다녀왔기 때문에 코스웍에 대한 부담은 없었지만, 1, 2년 차 때 졸업요건은 충족시키고 이후에는 관심 있는 과목들을 매 학기 1, 2개씩 수강하였다. 학교/학과마다 다르겠지만, 대학원은 학부와는 달리 '동기 모임'이라는 것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내가 외부에서 정보를 얻는 수단이 매우 적어진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수업이라든지 세미나, 혹은 학과 행사를 통해서 인맥을 쌓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주변의 도움 없이는 힘들다.).
수업 성적이 좋아야 하는가?. 대학원 1년 차면 아직 학부에서의 습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시험을 열심히 준비한다. 항상 그래 왔듯이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하지만, 대학원 성적이 필요한 경우는 매우 적다.
1) 졸업 최소 요건
2) 장학금 지원
이 두 가지 경우 이외에는 학점이 필요한 경우가 뭐가 있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장학금 때문에 학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학점보다는, 연구계획서, 자기소개서, 학부 때의 학점, 교수님 추천서, 운이 중요한 것 같다 ('운'이란 요소가 앞으로도 종종 언급될 것 같은데, 대학원 생활에 있어서 '운'이란 정말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아무튼 이 정도면 대학원 생활 시작에 필요한 정보는 어느 정도 제공한 것 같다. 일반 생활적인 측면에서는 '가능하다면 편하게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1) 연구실-집 거리가 짧다 (대중교통 30분 이내, 환승도 적음) >> 집에서 부모님 찬스를 쓰며 생활하는 것이 제일이다.
2) 연구실-집 거리가 멀다 (대중교통이 잘 안 되어 있거나, 환승 많음) >> 여건이 된다면 기숙사에서 지낼 수 있거나 학교 근처 방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매일 지치는 생활의 연속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통학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3) 대학원이 타지에 있는 경우 >> 되도록 걸어서 20분 이내(가까운 곳)로 방을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연구실마다 사정이 다른데, 밤에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가까운 곳에 방을 잡는 것이 낫지만, 어느 정도 주변 풍경도 구경하면서 거리를 두기를 원한다면 살짝 떨어져 지내는 것도 괜찮다. 운동을 좋아한다면 근처에 운동할 수 있는 곳에 방을 잡는 것도 괜찮다. 물론 학교에서 멀지 않다는 전제 하에!
이 정도면 대학원 시작함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정보는 주지 않았나 싶다. 도움이 되는 정보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어떤 것들을 생각하면 될지에 대한 도움?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대학원 생활 시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가고 싶은 곳인가? 하고 싶은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답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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