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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 Life

#006: 논문 관리

by __LuMi__ 2021. 1. 23.

우리는 text-based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초등학교에서 컴퓨터를 가르치는 것이 기본이지만, 컴퓨터를 배우는 것조차 책을 기반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초, 중, 고등학교에서 배운 내용들은 전부 책에 쓰여 있는 내용이었고, 우리는 그 내용이 진리(진리는 아니라도, 거의 모든 사람이 수용할 수 있는 지식)라고 생각하고 배웠습니다. 우리가 읽어온 책에는 '목차(contents)'라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정 단원에 어떠한 내용이 나오는지 그룹을 만들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고, 우리도 챕터별로 어떠한 내용을 봐야 하는지 목차를 보고 예상을 합니다. 대학교에서 사용하는 원서들도 목차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교 책에는 기존의 책들과는 다른 '참고문헌(reference)'라는 것이 있습니다.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위한 근거를 명시하는 것입니다. 즉,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기존에 작성한 실험 및 리뷰 논문을 책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종합해서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게 표현하면, 책을 통해 정보를 얻는 이유는 바로 수많은 단편적인 정보를 모아서 우리에게 유용한 형태로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눈문 정리와 관리는 논문 읽기 만큼 중요합니다.' 이 한 문장을 말하기 위해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 마치, 여행 사진을 잘 정리해서 내가 원할 때마다 쉽게 찾아볼 수 있게 정리한 것처럼.

1. 왜 논문 정리를 해야 하는가?

논문 정리는 내 지식을 쌓는 좋은 방법인 동시에 후에 논문 작성에 효율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논문을 쓰거나 학회에서 발표를 할 때 '나의 의견(주장)을 어떻게 상대방이 믿게 만드느냐'가 중요합니다. '나의 주장을 위해 나는 ~~ 한 실험을 했다.'라고만 해서는 상대방의 동의를 구할 수 없습니다. 왜 이러한 실험을 했는지는 기본으로, 과연 타당한 실험 방법인지, 이 연구가 왜 중요하며, 어디에 쓰일 수 있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야 합니다. 이 설명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다른 논문을 근거로 사용합니다. 많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지, 이 연구주제가 ~~ 한 분야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다른 사람들의 논문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저는 크게 두 가지에 집중합니다.

- 실험 방법 (Method)

내가 진행하려는 실험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논문들. 예를 들면, 유전자, 바이러스, 뇌 부위, 실험 도구 및 방법 등. 실제로 제가 진행하고 있는/진행할 것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에 대한 자료를 정리합니다. 이런 자료를 잘 정리해 놓아야, 내가 실험을 하기 전에 어느 정도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실험 방법을 비교해보면서,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인 지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유전자 조작을 이용한 질병 실험들은 정말 다양한 유전자 변형에 대한 실험 결과가 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결과를 보기 위해서 어떤 유전자 변형을 선택해야 하는지 논문을 잘 정리해두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이론 (Background)

실제로 논문을 쓸 때 매우 중요해지는 부분입니다. 특히 거의 대부분의 논문에서 'Introduction'과 'Discussion'은 내 실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쓸 때 논문 정리를 잘해두었다면 매우 편합니다. 저는 저와 비슷한 주장을 하는 논문들과 반대의 주장을 하는 논문들을 따로 모았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내용으로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만큼, 본인의 주장과 반대되는 논문들의 한계점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실험을 부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2. 어떻게 논문 관리를 하는가?

다양한 논문 관리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특히, 논문 관리가 후에 논문 작성을 위한 목적이 강한만큼 논문 작성과 연관된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저는 EndNoteMendeley, Google sheet를 주로 사용합니다. 논문 쓸 때에는 EndNote를 이용해서 reference를 관리하고, 논문을 읽을 때에는 Mendeley를 주로 사용합니다. 둘 중 하나만 사용해도 충분한데, 저는 처음에 Mendeley로 논문 정리를 시작해서 아직도 Mendeley를 기반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EndNote로 시작하셨다면 그냥 EndNote에 집중해서 사용하셔도 문제없습니다. 단지 두 가지 모두를 사용하신다면, Mendeley desktop 연동 기능은 끄고 사용하시길 추천합니다. EndNote가 Mendeley와 충돌하기 때문에 나중에 Word에서 reference 작업할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주제별로 Category를 만들어서 정리하기도 하지만, 태그(Tag) 기능을 이용하여 키워드 위주로 정리를 합니다. 방금 말씀드린 두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논문 리스트'를 작성합니다. 논문 내용에 대한 정리는 Google sheet를 이용합니다. 중요한 부분은 표시를 해 놓고, 전반적인 요약이라든지 실험 방법에 대한 메모. 활용 가능한 방법 등 논문을 읽으면서 내가 얻은 or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정보를 Google sheet에 요약해서 올리고 있어서, 실제로 저는 Google sheet에 정리해놓는 것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뭐 이것저것 귀찮게 많이 하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굉장히 귀찮았는데, 3가지 모두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실제 사용 빈도를 따지면, EndNote는 논문 작업을 할 때에만 사용하기 때문에 2가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처음 몇 달 동안은 귀찮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면서 리스트가 길어질수록 빛을 발하게 됩니다.

- Mendeley

실제로 내 컴퓨터(지정 폴더)에 있는 논문들을 정리해서 보여줌. / 무료. / 클라우드 기반이라 다양한 운영체제 지원. / 다른 사람과 논문 리스트 공유 기능 존재(무료 버전에서는 공유할 수 인원이 정해져 있음). / 초기에는 Word와 연동 기능이 없었고, 단순히 갖고 있는 논문을 온라인으로 검색한 후 등록된 정보들을 보여주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Word와 연동됨. / 논문 이외에도 다양한 문서 정리 가능. / 논문 파일 제목도 일괄적으로 변경 가능. / 기관 등록 시 클라우드 용량 확장 가능. 

Mendeley는 클라우드 기반이라 작동 방식이 처음에 조금 헷갈릴 수 있습니다. 우선 2개의 폴더가 필요합니다. 
 - 내가 다양한 저널 홈페이지에서 받은 논문들을 보관하는 폴더 (폴더 A).
 - Mendeley가 '폴더 A'에 있는 논문들을 읽어서 클라우드에 등록 후, 사용자가 지정한 폴더로 복사를 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폴더 (폴더 B).
앞에서 간단하게 언급했는데, Mendeley에는 파일 변경 기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능은 원본 파일의 이름을 바꾼다기보다는, 파일을 복사하고, 복사한 파일의 이름은 바꾸는 형식으로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폴더 A'와 '폴더 B'가 같으면 파일이 중복되면서 섞이게 됩니다 (중복된 파일을 지울 때 잘못하면 내가 메모한 파일을 지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 A'에서 Mendeley에 논문을 등록한 '컴퓨터 B'에서 보기 위해서는 'Sync (동기화)'를 반드시 눌러주어야 합니다. '동기화'는 '컴퓨터 A'의 논문 리스트와 클라우드에 존재하는 논문 리스트를 통일시킨다는 의미입니다. Mendeley를 시작하면서 자동으로 동기화 진행되지만, Mendeley를 종료하기 전에도 동기화 버튼을 눌러주어야 나중에 당황하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 EndNote

논문 작성할 때 참고문헌(reference) 관리를 위해 거의 필수적인 프로그램. / Word와의 연동. / 보통 학교 도서관에서 지원. / 논문 없이 EndNote내에서 인터넷 검색으로 reference 등록 가능. / 웹 기반이 아님 (바뀌고 있는 것 같지만, 기존에는 서로 참고문헌 리스트를 보여주기 위해 실제로 EndNote 프로젝트 생성 시 같이 생기는 논문 리스트 파일을 주고받음). 그렇기 때문에 작업하는 사람들끼리 사용하는 프로그램 버전이 다를 경우 문제가 종종 발생. 이 점을 피하기 위해 한 사람이 정리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경우가 편할 수 있음.

논문 읽는 것만큼 논문을 통해 얻은 지식을 잘 간직하는 것도 중요한 작업입니다. 대학원생이었을 때 여러 교수님들이 '일주일에 얼마나 읽나?', '1년에 xx 편은 읽어야지', '박사 졸업하려면 xx 편 이상 읽어야 하지 않겠어?'.라고 말씀하시는 말씀하시는 걸 자주 들었습니다. 논문을 많이 읽은 것은 분명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논문을 읽고 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현재 대학교 교수로 계신 분들이 학생이었을 때 1년에 출판되는 논문 개수와 현재 1년에 출판되는 논문의 개수는 어마 무시하게 차이가 많이 납니다. 수많은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시대에서 많이 것들 담으려고 하는 것보다는, 수는 적더라도 정확한 정보를 모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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