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블로그가 그렇듯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제가 말하는 신설 연구실이란, 오픈 한 지 얼마 안 되는, 교수님이 새로 부임하여 막 시작한 연구실을 의미합니다. 기존에 있던 연구실이 이사하면서 새로 셋업을 하는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먼저 언급하고 시작하려고 합니다.
저는 대학원 생활을 이미 잘 정립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연구실에서 하였습니다. 실험에 필요한 것들은 이미 연구실에 있었고, 매뉴얼들도 있었고, 궁금한 것들이 생겼을 때 이것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연구실을 차리게 된다면, 신생 랩을 경험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판단해서 포닥 자리를 알아볼 때부터 소규모, 신생 연구실 위주로 검색하였습니다. 이미 이전 글에서 언급했었고, 대학원 생활을 하신 분들이라면 잘 알고 계시겠지만, 다시 한번 말하면, 연구실들은 교수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가지게 됩니다. 즉, 여기 제 경험은 매우 단편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말하고 싶습니다.
제 생각에는 장점과 단점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 단점 ###
1. 모든 것을 내가 해야 한다.
- 도움의 손길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심지어 교수조차 본인 앞가림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마음속으로는 돕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도움을 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2. 필요한 물건이 없다.
- 새로운 실험을 해야 하는데 필요한 물건이 없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저는 비커부터 주문했네요.
3. 연구비 걱정
- 연구비 확보는 교수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연구비가 없다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테크니션과 포닥입니다.
4. 네트워크
- 오래된 연구실이라고 항상 좋은 네트워크가 갖춰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졸업생 네트워크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잘 관리된 네트워크만큼 외부 활동에 큰 힘이 되는 것이 없으니깐요.
### 장점 ###
1. 미래 간접 체험 및 교수의 고통 간접체험
- 교수가 되었을 때 어떠한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어떤 스트레스를 겪어야 하는지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점이 가장 큰 장점이고, 모든 단점을 커버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 간접 경험이야말로 굉장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2. 연구비 쓰기 연습
- 연구비를 직접 쓰게 되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깁니다.
3. 교수 및 랩원들과 각별한 관계 형성 가능
- 꼭 신생 연구실이 아니어도, 소규모 랩에서는 동료 이상의 정(?)을 나눌 수 있습니다. 특히 다 같이 고생하고, 치고받고 하면서 쌓는 유대감은 나중에 연구실을 나오게 되더라도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됩니다.
큰 연구실 vs. 작은 연구실
한마디로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습니다. 교수마다 랩을 운영하는 방식이 다르고, 랩 분위기는 랩원들이 다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과 일을 같이 하느냐', '내가 그 사람들과 잘 맞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곳이냐?''아닐까요?
안정적인 환경이 제공되고,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고, 나와 성향이 맞는 사람들을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물론 운도 따라야죠. 저는 포닥 생활을 시작하고 실험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나 싶었는데, COVID가 터져서 연구실 문 닫고, 쥐들 죽이고 정말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 것 같고, 지금도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내가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알고 보니 교수가 데이터 조작을 하는 곳일 수도 있고, 연구실 분위기가 안 좋은 곳일 수도 있고... 제약이 많지만 충분히 조사를 하고, 주변 한국 분들을 통해 정보를 얻는 등 포닥 연구실을 신중하게 고르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여기까지 잘 선택해서 오신 분들이라면, 연구실 정할 때에도 본인에게 맞은 선택을 하실 테니깐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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